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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igion

종교 탐방

선민 (選民, chosen people)

특정민족이나 집단이 자신들의 신(神)이나 신적 존재에게 선택되어 우월한 위(位)를 누린다는 사상을 가진 민족.

유대교에서 선민은 유대 민족이 세계의 모든 국가 중에서 하느님의 진리를 선포하는 사명을 완수하고, 하느님만을 섬기기 위해 선택되었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이 사상은 유대교 전례(典禮)에서 반복되는 주제이며 성서의 여러 곳에 나타나는데, 그 예로 "너희는 너희 하느님 야훼께 몸바친 거룩한 백성이다. 야훼께서는 땅 위에 있는 만백성 가운데서 너희를 골라 당신의 소중한 백성으로 삼으셨다"(신명 14 : 2)를 들 수 있다. '선민'이라는 용어는 성서에 나오는 '암 세굴라'(am segullah : 귀한 백성)와 '암 나할라'(am nahallah : 상속받는 백성)를 자유롭게 번역한 것이다.

선민사상은 유대인에게 지속적으로 큰 영향을 미쳐왔는데, 그 이유는 하느님과 유대인의 관계에 특별한 의미를 주기 때문이다. 그것은 이스라엘이 하느님에게 충성하고 그의 계명을 따르면 하느님이 그 대가로 그들을 지켜주고 축복한다는 하느님과 이스라엘 민족과의 계약이다. '선택받음'은 특권을 누린다는 것을 의미하기보다는 오히려 하느님의 뜻을 따라야 하는 특별한 의무를 갖는다는 것이다. "나는 내 말을 들으라고만 하였다. 그래야 내가 너희의 하느님이 되고 너희는 나의 백성이 된다고 하였다. 잘 되려거든 내가 명하는 길을 따라 걸어야 한다고 하였을 뿐이다"(예레 7 : 23). 하느님의 선택된 민족이 된다는 것은 보다 큰 영적 책임과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 규범을 지니게 됨을 뜻하며, 또한 하느님이 자신의 계시를 온 세상에 전하고 보존하기 위해 선택한 민족으로서 그에 걸맞는 영적인 힘을 발전시켜야 할 필연성을 지니게 됨을 의미한다.

〈구약성서〉에는 하느님이 이스라엘을 그의 백성으로 선택한 데 대한 서로 다른 2개의 전승이 실려 있다. 어떤 구절에서는 이러한 계약이 출애급 때 이루어졌다고 밝히고 있으며, 다른 곳에서는 아브라함을 비롯한 족장시대에 이미 선택되었다고 서술한다. 〈구약성서〉에 대한 비평적 분석을 통해 선민사상이 고대 이스라엘 역사에서 복잡한 진화과정을 거치며 발전되었음을 알 수 있다. 이 개념은 야훼가 오직 이스라엘의 야훼이고 그들 민족만의 신이며, 이스라엘은 하느님의 백성이며 하느님의 유일한 백성이라는 초기 이스라엘의 민족종교의 기본개념에서 발생한 것이 틀림없다. BC 8세기경 이스라엘에서 생겨난 보편적인 신으로서의 하느님 개념과 세계의 통일성이라는 새로운 개념이 선민사상과 갈등을 일으키게 되었다. 왜냐하면 이스라엘의 신인 하느님은 모든 인간과 우주의 창조자로서의 신 개념과는 모순되기 때문이다.

BC 7세기부터 모순되는 이 두 개념을 조화시키려는 노력이 서서히 일어났다. 그 노력은 예언자 아모스에서 시작되어 바빌론 포로기를 거쳐 예언자 제2이사야에 이르러 완전히 종합된 형태의 선민사상이 등장할 때까지 계속되었다. 예레미야가 말했듯이, 이스라엘은 독립국가를 다시 이룰 것이며, 다른 모든 나라들은 야훼를 하느님으로 깨닫지 못해 멸망하게 될 것이라는 믿음이 포로기 때 생겨났다. 그리하여 에제키엘(에스겔)이 말한 것처럼 죄의 회개로 새롭게 된 이스라엘이 고향을 찾고 세상에서 가장 강력한 국가가 되리라고 믿었다. 바빌론 포로기가 끝날 무렵 이사야는 이러한 발전의 절정을 이루는 사상을 내놓았다. 이 예언자는 야훼를 제외한 모든 신들의 존재를 단호히 부정했다. 역사적 사건과 모든 민족의 운명은 하느님의 목적이 성취되도록 결정되어 있으며, 하느님의 목적이란 궁극적으로 모든 인간이 야훼를 하느님으로 인정하는 하나의 민족이 되는 것이라고 보았다. 이스라엘은 하느님의 이 위대한 계시를 완성하는 도구이며, 하느님이 살아 계심과 그의 율법을 지구상의 모든 백성에게 전달하는 대변자와 증인으로 봉사하도록 되어 있다. 이스라엘 백성은 다른 민족에게 하느님의 법칙을 가르치고 모범을 보여 온 인류가 구원받을 수 있게 도움을 주어야 한다. 심지어 하느님이 부여한 사명을 수행하는 데 고통이 따른다 해도 이스라엘은 인류의 구원자이며 민족적으로 구현된 메시아이다. 이런 식으로 유대 민족은 위급한 역사 상황을 종교적 사명감 및 영적인 운명과 단단히 연결시켰으며, 선민사상을 통해 유대 민족의 정체성(正體性)이 가장 강하게 형성되기에 이르렀다.

제2이사야 이후 선민사상은 거의 변하지 않았으며 그것으로 유대 민족주의와 보편적인 신에 대한 신앙간의 조화가 충분히 이루어졌다. 유대 민족과 하느님이 맺은 계약의 영원성에 대한 개념은 그리스도교도가 하느님의 선민이며 참 이스라엘이라고 주장하는 새 종교 그리스도교의 도전에 대한 랍비 공동체의 방파제 구실을 했다. 유대인은 하느님과 맺은 계약이 영원하다고 믿었기 때문에 그리스도교의 도전이 그들에게는 타당하지 않았다. 이와 비슷하게 그들이 조국 땅을 잃어버린 사실과 디아스포라(흩어진 유대인)의 유랑생활을 통해 받은 고통을 계약의 부분적 성취와 결과로 해석했으며, 민족의 흩어짐과 박해는 그들의 죄와 하느님의 계명을 지키지 못한 것에 원인이 있다고 믿었다. 그들의 고통은 하느님의 사랑 표현이며 그러한 징벌을 참아내면 마침내 하느님의 사랑을 회복할 수 있으리라고 생각했다. 또한 그들은 자신들의 고난이 하느님이 자신의 목적을 이루기 위해 그들을 선택한 표시라고 해석했다. 현대 유대교는 전례에서 다른 민족에 대한 역사적 우월감을 약화시켰지만, 유대교의 세계적 사명에 대한 예언자적 사상을 강조하는 선민사상은 지속되고 있다. 유대민족은 고난을 통해 정화되며 아직 알지 못하는 사명을 감당하기 위해 '성별된 민족' 사상이 아직도 20세기 유대교의 근간이 되고 있다. 현대 유대 민족에게 많은 폭력이 가해지고 나치의 유대인 대학살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 사상은 유대인의 도덕과 자기 훈련, 종교적 헌신을 강화시켜주었다.

한국 고대사회에서도 선민사상은 특정집단의 우월성을 주장하는 수단으로 사용되었다. 고조선의 지배집단은 천제(天帝)인 환인(桓因)의 손자 단군(檀君)이 자신들의 조상임을 주장함으로써 다른 집단과 자기 집단을 구별했다. 74개국에 이르렀다는 삼한 소국(小國)의 지배집단도 거의 대부분 이와 유사한 설화를 바탕으로 다른 군소집단에 대한 지배를 정당화했다. 가야의 9간(九干)과 신라의 6촌세력은 모두 스스로를 하늘에서 내려온 자 또는 하늘의 자손으로 칭했고, 가야의 여러 읍락(邑落)을 통합하여 6가야를 성립시킨 6가야왕과, 신라의 박혁거세(朴赫居世)를 배출한 집단도 자신들이 하늘에서 내려왔음을 강조하고 있다. 이러한 주장을 통해 이들이 가야와 신라 이외의 지역에서 온 이주민이라는 사실과 동시에 선민사상을 지니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우리나라 고대사회에서 일반적으로 나타나는 이러한 종류의 사상은 대개 신화화되거나 무교적(巫敎的) 종교의 형태로 제도화되어 일정 규모 이상의 사회에서 지배이념으로 나타났다. 고조선의 〈단군 신화〉, 부여의 〈해모수(解慕漱) 신화〉, 고구려의 〈주몽(朱蒙) 신화〉, 신라의 〈박혁거세 신화〉와 〈김알지(金閼智) 신화〉, 가야의 〈김수로(金首露) 신화〉 등의 시조신화와 건국신화는 모두 이러한 사상을 바탕으로 성립되었다. 신화나 무교적 종교의 헝태로 체계화되었던 고대사회의 선민사상은 삼국시대에 와서 현실사회의 지배·피지배 관계를 비신화적인 인과관계로 설명하고 부처 앞에서의 만인 평등을 주장하는 불교가 전래되어 확산됨에 따라 점차 사회적 입지가 좁아졌다. 불교가 국가종교화된 통일신라시대와 발해시대에 고대적 형태의 선민사상은 더이상 사회적 설득력을 잃고, 지배집단 가운데 왕족과 같은 특정집안의 가계전승(家系傳承)의 형태로만 남게 되었다. 고려의 경우 태조 왕건은 개인의 탁월한 능력과, 조상이 송도(松都 : 지금의 개성)의 명당에 무덤을 쓴 덕에 나라를 세울 수 있었다고 하는데, 이것은 조선 태조 이성계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이로써 신과의 혈연적 관계를 주장하는 것이 일반적이던 고대사회의 선민사상은 이 시기에 이르러 크게 퇴화하여 건국시조의 탁월성을 알리는 수단으로도 별다른 기여를 하지 못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렇듯 고대사회에서 지배이념으로 기능했던 선민사상도 시대의 변화에 따라 인간의 사고가 역사적·합리적 방향으로 나아가자 점차 퇴화되거나 소멸되어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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